300년 세월의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한 쌍산재,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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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세월의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한 쌍산재


아무리 좋은 곳에 있다가도 며칠이 지나면 집만큼 편한 곳이 없다고들 한다. 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놓이고 따뜻함과 안락함에 안도감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300여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고택을 찾는 것 또한 집이 주는 편안한 정취 때문이리라. 맑은 이슬이 담긴 샘물소리가 담장을 타고 흐르며 뜨끈한 방안의 온기가 남아, 오래된 집만의 케케묵은 정겨움이 슬쩍 스민다. 

                    
                
  • 전남 구례에 자리한 쌍산재

전남 구례군에 자리한 쌍산재

  • 고요함과 신비로움이 가득한 쌍산재

고요함과 신비로움이 가득한 쌍산재.

늘 고요하기만 할 것 같은 고택에 전국 각지에서 약수를 뜨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전국 제1의 장수 마을이었고 현대도 손꼽히는 장수촌 중 하나다. 쌍산재 앞에는 '지리산 약초 뿌리 녹은 물이 다 흘러든다'고 전해지는 당몰샘이 있다. 지리산 약초 뿌리가 녹아있다는 당몰샘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고 물맛이 좋아 예부터 장수의 비결로 꼽히는데, 명천(名泉)으로 이름난 만큼 이곳을 찾는 방문객이 많다. ‘지존지미(至尊至味)’라는 현판이 걸린 당몰샘에서 목을 축이며 자연스럽게 쌍산재로 향한다. 

쌍산재가 있는 상사마을은 모래 위에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다. 신라 말기 도선이라는 스님이 강변에서 우연히 이인을 만나 미래에 대해 물어보니, 이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래 위에 삼국도를 그려 사도리라 칭하였다 전해진다. '쌍산재'는 운영 가문 조상의 호를 따서 쌍산재로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에는 뒤주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식량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나눠 사용하고 농사를 지은 뒤 나중에 가져다 놓아 채워두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해주 오씨 일가가 터를 지키고 있는 쌍산재는 대문 안의 풍경만으로는 고택의 규모를 알 수 없다. 
 

  • 엷은 바람에도 우스스 소리를 낼 듯한 아담한 마당

엷은 바람에도 우스스 소리를 낼 듯한 아담한 마당

엷은 바람에도 우스스 하는 소리를 내며 화답하는 작은 정원을 따라 촘촘히 쌓아올린 담장이 정겨운 쌍산재. 구한말 애국지사였던 황현의 증손녀인 황금숙 할머니의 아들인 오환수씨께서 운영하며 지금은 숙박시설로 이용 중이지만 숙박시설인지도 모를 정도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쌍산재는 산속 깊숙이 숨겨져 있지는 않지만, 보물 같은 고택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모든 건물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보물찾기하듯 하나하나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과 문 사이의 공백과 공간마다 세심하게 보살펴 각자의 멋을 발하게 하는 쌍산재는, 발길 닿는 곳마다 연신 감탄이 흘러나온다. 소박한 외형과는 다르게 속속들이 제멋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안채와 사랑채를 지나 산을 오르듯 대숲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별채와 잔디광장이 나오고, 아담한 정원에 둘러싸인 서당채도 나온다. 작은 정원에는 온갖 화초들이 깔끔하고 단아하게 정리되어 있다. 쌍산재를 비밀의 화원이라 부르는 데의 궁금증이 여기에서 풀린다.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공간의 아름다움과 자랑하지 않음에도 그 아름다움이 한껏 빛을 발하는 쌍산재는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동화되어있다. 집 한 채를 생각하면 하나의 건물 혹은 그 울타리 안의 공간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쌍산재는 담쟁이 넝쿨이 늘어져 있는 돌담을 시작으로 대숲 오솔길과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 새로운 대문을 만나기 전까지 모두 하나의 집채로 볼 수 있다. 이것 또한 고택이 가진 자랑거리 중 하나다. 
 

  • 소박하지만 속속들이 그만의 멋을 내고 있는 가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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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 일심동체인 마냥 어우러진 가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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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속속들이 그만의 멋을 내는 가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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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일심동체인 마냥 어우러진 가옥의 모습.

조금의 발품을 들이면 숨겨진 건물들을 만날 수 있다. 500여 평 정도 되는 집터 곳곳에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한옥들은 숲길을 따라 들어갈수록 하나하나 그 속살을 내보인다. 상사마을과 이웃한 하사마을은 신라 흥덕왕 때 형성된 큰 마을로, 하사저수지를 품고 넓은 들을 마주하고 있다. 상사마을 문화재에는 고려 태조 왕건이 고려 개국에 공이 많은 도선 스님을 추도하기 위해 지었다는 상곡사가 있다. 마을 저수지 위에 절이 있었다고 전해지나, 현재 절은 없어지고 석불과 석탑만이 남아있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볼을 스치는 바람과 포근하게 내려앉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곳.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춧돌로 세워 올린 비밀의 화원, 쌍산재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장수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봄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봄을 선물하고 가을을 품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을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물맛 좋고 편안한 쌍산재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떠나는 이들이 한 번쯤 다시 뒤를 돌아보는 것 또한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주변 관광지

천년고찰 화엄사
지리산에 있는 사찰 중 가장 큰 절로 544년(백제 성왕 22년)에 연기 조사가 창건했다. 화엄경(華嚴經)의 화엄 두 글자를 따서 이름을 붙였다. 최근 서오층석탑에서 부처의 진신사리가 발견됐고 사찰 내에는 각황전을 비롯 국보 4점, 보물 8점, 사적 1점, 명승 1점, 천연기념물 2점, 지방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와 20여 동의 부속건물이 배치되어 있다.

노고단 운해
해발 1,507m의 높이로 솟아있는 노고단은 천왕봉, 반야봉과 더불어 지리산 3대 주봉 중 하나다. 수많은 봉우리 중에서도 영봉(靈峰)으로 손꼽힌다. 노고단 아래 펼쳐지는‘구름 바다’의 절경은 가히 지리산의 제1경(景)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남쪽으로부터 구름과 안개가 파도처럼 밀려와 노고단을 감쌀 때 아름다운 구름바다의 장관을 이룬다.
 
지리산온천랜드
만복대와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산동면 좌사리, 관산리 일대 55만 평에 자리 잡은 국내 최대의 온천랜드다. 지하 700m에서 7,000톤의 온수를 뽑아 3,000명이 동시에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화학약품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100퍼센트 순수 천연 온천수로, 저온에 6개월 이상 보관해도 수질의 변화가 없고 게르마늄과 탄산나트륨이 다량 함유된 유황천이다. 피부병과 신경통, 관절염과 당뇨병, 부인병에 뛰어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밀의 문을 보는 듯한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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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의 문을 보는 듯한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대문
  • 고풍스러움을 한껏 뽐내고 있는 가옥의 모습
  • 맑고 깨끗한 느낌의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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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쌍산재

    [트래블스테이] 쌍산재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신비한 샘물 '당몰샘'에 대해 혹시 들어보셨나요?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온 듯한 쌍산재의 하룻밤 정말 기대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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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1년 05월 2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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